보복운전 신고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급제동이나 충돌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대 차량을 반복해서 뒤따르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행동도 당시 거리와 속도, 진행 경위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서 보복운전 신고가 접수됐다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온다면 어떨까요.
강승모 변호사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으니 괜찮다”거나 반대로 “상대 차량을 따라갔으니 보복운전이다”라고 바로 결론내리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차선변경 횟수 자체보다, 주행 전체가 특정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상대 차량이나 도로에 어떤 위험을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복운전과 난폭운전, 같은 말 아닌가요?
두 표현은 일상에서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법적으로 보는 지점이 다릅니다.
도로교통법 제46조의3의 난폭운전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진로변경 금지 위반, 급제동 금지 위반 등 법에서 정한 행위 가운데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반복해 다른 사람에게 위협·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를 위반한 난폭운전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반면 흔히 말하는 보복운전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죄명이라기보다, 자동차를 이용해 특정 상대방을 위협한 행위가 특수협박·특수폭행·특수상해·특수손괴 등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유형입니다. 특히 특수협박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협박한 경우 적용될 수 있고, 형법 제284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난폭운전은 위험한 운전 방식의 반복이 중심이고, 보복운전은 특정 상대방을 겨냥한 위협 행위인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급제동이나 욕설이 없으면 보복운전이 아닌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급제동, 욕설, 상향등, 충돌 같은 행동이 없었다면 위협성을 판단할 때 유리하게 볼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보는 것은 그 장면 하나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앞선 운전자와 도로에서 마찰이 생긴 직후,
상대 차량이 차로를 바꿀 때마다 함께 이동했는지
계속 상대 차량 앞쪽에 위치하려 했는지
차로를 변경할 당시 두 차량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였는지
상대방이 브레이크를 밟거나 진로를 바꿔야 했는지
속도를 올려 따라붙거나 진로를 막은 장면이 있는지
등이 영상 전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조사에서 단순히 “위협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는지와 그 행동이 실제 영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나눠 설명해야 합니다.
차선변경을 여러 번 했다는 이유만으로 난폭운전이 되나요?
횟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창원지방법원은 제한속도를 넘겨 운전하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거나 방향지시등 없이 여러 차례 차로를 변경한 사건에서도, 그것만으로 난폭운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법원은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이 되려면 단순히 개별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수준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위협·위해를 가하거나 구체적이고 상당한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다른 차량이 급제동하거나 급격히 방향을 변경하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창원지법 2019. 6. 20. 선고 2019노287 판결입니다.
따라서 “차선을 네 번 바꿨다”, “30초 따라갔다”처럼 숫자만 떼어 놓고 판단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 차량 사이의 거리와 속도가 어땠는지, 상대 차량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했는지, 다른 차량이 회피 행동을 해야 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경찰 조사 연락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1️⃣ 내 블랙박스 원본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짧게 편집된 몇 초의 영상보다 사건 전후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원본이 중요합니다.
처음 마찰이 발생한 장면부터 두 차량이 멀어진 시점까지 영상을 보면서 차로 변경 시점과 차량 간격, 방향지시등 사용 여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차선변경을 한 이유를 장면별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냥 운전하다 보니 그랬다”거나 “전부 우연이었다”고 설명하기 전에 영상과 실제 기억이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차로 변경을 보고 나도 차로를 바꾼 것이 사실이라면, 그 객관적인 행동 자체와 상대방을 위협하려 했다는 법적 평가는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라면 결론부터 부인하기보다 영상에서 확인되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먼저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3️⃣ 상대방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내 차량의 움직임 때문에 상대방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급히 차로를 옮겼는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별도의 조작을 했는지는 위협성과 교통상 위험을 판단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차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차량의 움직임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신고자가 제출한 영상을 조사 전에 볼 수 있나요?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청구한다고 해서 수사자료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정보 가운데 공개될 경우 수사 업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등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영상이나 수사자료의 공개 범위는 사건 진행 상황과 자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고 영상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면 우선 자신의 블랙박스와 당시 주행기록을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의뢰인이 많이하는 질문
Q. 경적을 한 번 울린 것도 보복운전이 되나요?
경적 한 번만 떼어 놓고 보복운전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전후에 특정 차량을 뒤따라가거나 진로를 막는 등 어떤 행동이 이어졌는지입니다.
Q. 상대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유리한가요?
위협이나 구체적인 교통상 위험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살펴볼 수 있는 사정입니다. 다만 그것 하나만으로 보복운전 또는 난폭운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화가 나서 따라간 것은 맞지만 위협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해도 되나요?
실제 사실과 일치한다면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행동까지 부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당시 행동, 차량 간격, 속도, 상대방의 반응을 영상과 맞춰 설명하고, 그 사실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 전에 특히 개별 검토가 필요한 경우
도로에서 상대 운전자와 마찰이 있은 직후 일정 시간 뒤따라간 경우, 상대방의 차로 변경에 맞춰 여러 차례 진로를 변경한 경우, 경찰이 “왜 계속 따라갔느냐”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진술 전에 블랙박스 전체 흐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복운전 난폭운전 사건에서는 운전자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했는지만이 아니라, 그 의도가 외부에서 어떤 운전행위로 나타났고 상대방과 도로교통에 실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는 억울하다는 결론부터 정하기보다, 영상 속 행동을 시간순으로 나누고 각 행동이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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